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게임에서 잘린 컨텐츠는 '미완성'이라서 구리다는 거다. 근데 내가 직접 데이터마이닝 툴로 파일 까보고, 실제 인게임에 소환까지 해본 입장에서 말하는데, 이건 완전 반대야. 너무 완성도가 높거나, 기획 방향이 너무 틀어져서 게임 전체 밸런스를 작살낼 위험 때문에 잘린 놈들이 수두룩하다. 괜히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아니라, 이 놈들 패턴을 보면 개발 당시에 얼마나 미쳐있었는지 소름이 돋는다.
## 로어에 새겨진 비극, 미사용 보스의 정체
내가 직접 파라미터를 만져서 소환했던 첫 번째 놈은 통칭 '대뱀 사냥꾼의 야수 버전'이다. 내부 ID는 c9080_beast_snake_soul. 보통 우리가 아는 라이커드 전투는 거대한 뱀 형태를 상대하는 거잖아. 근데 이 놈은 좀 다르다. 1페이즈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바로 '검을 휘두르는 불완전한 신의 형상'으로 시작한다. 패턴이 완전히 달라. 일반 라이커드가 지진파를 깔며 공간 장악을 한다면, 이 미사용 버전은 플레이어의 발 밑에 직접 '피의 지뢰'를 무작위로 생성했다. 시각적으로는 블러드본의 어떤 보스가 떠오를 정도로 광기 어린 연출인데, 이펙트 데이터를 뜯어보니 제사 지내는 듯한 기도 모션 직후에 바닥에서 솟아오르게 코딩되어 있더라. 내 추측으로는 이게 본래 리카드의 진짜 2페이즈였는데, 개발 막바지에 전투의 템포가 너무 산으로 간다고 생각해 통째로 잘라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그 미친 투사체 난사는 일반 유저가 도저히 맞아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 충격적이었던 놈은 '황금의 환영, 부패 버전'이다. 파일명은 v2_golden_phantom_rot. 말레니아의 1페이즈에 등장하는 환영 공격을 별도의 보스 개체로 분리하려 했던 흔적이다. 이걸 왜 컷했는지는 더 명확하다. AI 루틴을 강제로 로드해서 굴려보면, 이 환영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 무한 분열 패턴을 시전한다. 처음에는 세 개체 정도로 쪼개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전장 전체를 부패의 가시로 덮어버렸다. 프레임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이 패턴이 작동할 때마다 게임 엔진이 호출하는 이펙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PS4 최적화 테스트에서 무조건 크래시가 발생했을 거라고 본다. 실제로 파일 내에 남겨진 주석문에도 'MEMORY LEAK CRITICAL'이라고 적혀있더라.
마지막으로 발견한 건 항상 서러운 거인의 굴레에 묶여 있어서 다들 지나치는 '망령선조의 왕'이다. c2200_king_spirit. 이건 모델 자체는 게임 내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고스트 플레임을 사용하는 거인 보스인데, 일반 판본과는 달리 뿔이 완전히 불타오르는 3D 이팩트가 붙어 있다. 이 놈을 때리는 방식이 좀 독특하다. 체력이 30% 밑으로 내려가면, 무기를 집어던지고 맨손으로 변한다. 이때부터 모든 공격에 즉사 판정이 붙는 대신, 이 놈의 발 밑에 있는 그림자에만 대미지가 들어가더라. 아마도 이건 그림자 땅의 초기 기획, 그러니까 땅 자체를 공격해야 하는 기괴한 기믹 전투의 프로토타입이었을 거다. 지금 DLC에서 나온 어떤 보스보다 훨씬 급진적인 실험이었다.
왜 이런 괴물들을 다 내다버렸는지 알겠지? 창의성은 넘쳐흘렀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라 그냥 플레이어를 향한 연쇄 살인 기계다. 물론 돈 받고 만든 게임이니까, 안정성을 포기하고 미친 예술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이 글을 다 읽었다면, 진짜로 데이터마이닝을 해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게임 파일을 까서 기획 의도를 엿보는 걸 취미로 삼을 준비가 됐는지. 네가 만약 그냥 유튜브에서 몇 개 보고 '아 나도 할 수 있다' 싶은 거라면, 그냥 교대 노래방이나 가서 스트레스 풀어라. 괜히 깊게 파고 들어가면, 이 잘린 데이터들처럼 네 멘탈도 갈려나가기 딱 좋으니까.